우리나라 기사,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나요? 에 대해

우리나라 기사,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나요?


제 생각에는 한글 특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권위와 위엄을 중시하던 과거의 문화적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읽기 쉽고 보기 편하다 = 천박하다 라는 인식이 은근 깔려있는 거죠. 사실 신문에 한자로 도배되어 나오던 것이 바뀐지도 따지고 보면 얼마 안 됐죠. 한글 병용이니 한자를 빼니 하던 논란이 있었던 게 제 기억으로 고작 한 10~15년 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려운 한자로 빼곡 차 있는 신문을 읽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왜 그렇게 "있어"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문을 읽는 것도 식자(識者)의 엘리트 의식이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신문에 한자를 썼는지 이해를 하기 힘들지만, 그 땐 나름 반론도 꽤 심했고 저항하는 신문사들도 꽤 있었지요. (한자를 모르면 무식해진다, 이게 내세웠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만 신문의 권위와 품격을 떨어트린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다는 기분이 아무래도 듭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요.)

모르기는 해도 장년층 이상 되시는 분들은 미국식의 "재미있는" 신문기사를 보면 천박하다고 구독을 끊어버릴지도 모르지요. (웃음) 비슷한 예로 재판 판결문도 인습적으로 어려운 한자를 마구 섞는 경향이 있어 비판 받았던 적이 있었죠. 우리 사회도 점점 탈권위화 되면서 점차 바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 생각이 드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자 문화권인 한중일의 기사를 비교했어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일어는 모르고 중국어는 살짝 맛을 보았는데, 제가 받았던 인상은 중국 신문은 기자가 쭉 쓰다가, 마지막 혹은 중간에 한두 줄 미국식으로 직접 인용을 하는 것 같더군요. (물론 제 중국어가 일천해서 잘못 알고 있을지도...) 중국어도 문어체와 구어체의 차이가 꽤 심한 언어입니다. 그런데 신문 기사는 쉽게쉽게 쓴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미국처럼 여기저기 따옴표를 도배하지 않아도 나름 기사 읽기에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주관적인 의견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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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민님 글에 댓글로 위 분량을 썼다가 깜놀해서 트랙백 겁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마구잡이로 적은거라 그대로 올리기도 민망하지만

술 약속이 있는 관계로 컨트롤+acv하고 ㅌㅌㅌㅌㅌ!



언제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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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해 | 2009/04/23 18:49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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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Narsis at 2009/04/23 19:38
논문도 중국 논문은 한국 논문과 문체가 다릅니다.

북한이나, 조선족 문학은 두 국가의 학자들이 같이 연구하거나 포럼을 열곤 하는데, 한국 학자들은 중국 애들이 논문이 아니라 수필을 쓰고 있다고 어이없어하고, 중국 학자들은 한국 논문은 내용에 비해 쓸데없이 각을 잡는다고 싫어하죠.
Commented by 북해 at 2009/04/24 08:36
음... 그런가요? 제가 논문까지 읽을 수준은 못 되서... -0-; 궁금해지기는 하는군요.
Commented by HJ at 2009/04/24 01:56
나도 문화 차이에 한 표.
우리나라 문화는 위트의 문화는 아닌듯..
몇 차례의 여행 동안 느꼈던 점은 똑같이 헤비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이 사람들은 유머로(위트로 한 겹 포장해서, 그 안에 있는 시니컬한 내용을 더 극대화하거나 잘 드러나게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지함으로 접근 하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인 느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신문도, 잡지도, 일상 대화도 이런 패턴인듯..

근데 나도 좀 말랑 말랑하면서 알맹이는 꽉 찬 기사가 더 좋더라!


지금 한창 달리고 있겠네?
난 기차에서 달리고 있지..ㅋㅋ
기차에서 감상하는 에딘버러 풍경 완전 좋다는 염장질로 마무리..-_-;;
Commented by 북해 at 2009/04/24 08:49
그냥 니가 너무 진지한거 아냐? ㅋㅋㅋㅋ 사진 많이 찍어왓~
Commented by HJ at 2009/04/24 01:57
위에 분 말씀하신 내용 재미있네!
수필이랑 각 잡기...ㅋㅋㅋ

갑자기 특정 교수님이 생각난다..ㅎㅎ
Commented by 북해 at 2009/04/24 08:49
교수님 ㄴㄱ? 내가 알만한 사람임?
Commented by HJ at 2009/04/24 01:59
참. 염장질 하나 더 하자면 에딘버러 떠나면서 BRUGES 책을 샀는데,
완전 완전 기대하고 있음..
여기서 2~3일(어쩌면 4일)머물 생각 하니깐 신나 죽겠다.ㅋㅋ
나 자전거도 빌린다~~~므하하.

미안 내 덧글로(그것도 악성 덧글?ㅋㅋ)도배 해서...푸푸
Commented by 북해 at 2009/04/24 08:59
ㅋㅋㅋㅋ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라. 나도 사진 찾아봤는데 이쁘더라. 도시가 아기자기한 게 그냥 유럽 냄새가 폴폴 나던데? 부르쥐 가서 어설프게 밀크초코렛 먹고 오지말고! 그 동네는 블랙으로 먹어야 제맛이라더라.

음.. 주유하는 법이 아니라 자전거 체인 가는 법을 가르쳐줄걸 그랬네? 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HJ at 2009/04/24 02:02
헉..
못됐다고 좀 전에 문자왔네?
난 그냥 몰랐을 뿐인데..
내 로밍폰은 진동이 아주 조신하단 말이야..-_-++
Commented by 북해 at 2009/04/24 09:01
아잉 술먹고 애교부리기 (*_ _);;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9/04/24 14:10
와... 너무나 합당하신 견해입니다. 권위와 위엄을 중시하던 과거의 영향과 '읽기 쉽다 = 천박하다'라는 인식의 뿌리 내림이 지금의 기사 스타일을 형성했다는 것. 너무나 와 닿는 말씀이십니다. ^^

저도 북해님이 어린 시절 아버지를 보면서 느낀 그 느낌을 그대로 느꼈었답니다. 실제로 '신문을 읽는다 = 박식하다, 사회적 지위가 있다' 등 신문에 얽힌 이미지가 무언가 고상한 느낌을 풍기는 건 지금도 사실이지요.

제가 한국과 미국, 양국의 저널리즘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이 신문의 독자층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신문은 고위층, 엘리트 들을 겨냥한 듯한 느낌이 강하고, 미국은 일반인들에게 두루두루 읽히게 하려는 정책을 위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한 미국 기자 분이 제게 이런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기사를 쓰기 전에는 항상 이 두 가지를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우리 할머니가 이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내 자식이 이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전 결혼도 안 했고 자식은 없습니다만;)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나 학벌이 있는 사람을 가장 중요한 독자층으로 여겨야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저는 이 말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한국 언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권위와 품위를 중요시 하는 지금의 기사 스타일 보다는 조금 더 쉽게 써서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구독하고 싶게 만드는 방식, 즉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닌 폭 넓은 독자층에 어필하는 것이 지금의 독자들만을 위해 기사를 쓰는 것 보다야 언론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결국 언론의 미래도 지금 50, 60대 사람들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20, 30대에 달려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제안해주신 일본이나 중국과의 비교는 너무도 구미가 땡기지만, 그 쪽 지식은 전혀 없어서 어쩔 수가 없군요 ㅠㅠ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미국이나 한국이 아닌 다른나라 언론 시스템에 대해 피드백을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 우리나라와 기사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어 일본 쪽이 제일 궁금합니다)

와... 쓰다보니 이렇게나 길어졌군요; 북해님이 덧글이 아닌 트랙백을 걸어야 했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매 번 읽어주셔서 또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북해 at 2009/04/24 15:31
네, 폭 넓은 독자층에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죠. 한국에서 나름 진보라고 주장하는 몇몇 신문사들이 있는데 서로 머리 붙잡고 빨갱이네 꼴통이네 싸우기 전에 미타민님이 지적해주신 이런 부분부터 고쳐나가는게 진보적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이나 가장 짜증나는 행태가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기들이 머리 좋고 아는게 더 많으니 독자들은 우리가 가르쳐주는대로 또 보여주는대로 꼭꼭 씹어먹어라- 라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사실 민중을 가르쳐들려고 하는게 아닌 "민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민중과 함께 하는" 진보언론은 아직 이 땅에는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9/04/24 14:23
아 참, 그리고 한글에 대한 것은' 한글의 특성이 딱딱한 기사의 주범이다' 라는 것이 아니라 한글의 특성상 딱딱한 기사가 나오기에 딱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싶었던 겁니다. ㅎㅎ

알파벳을 쓰는 서양권 언어에 비해 문어체와 구어체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기사를 권위 있고 품위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게 쉽다 이거지요 ㅋ

Commented by 북해 at 2009/04/24 14:46
아.. 저도 어제 나가면서 그 부분을 좀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약속시간에 쫒겨 퇴고(?)를 못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한글 특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 이 부분을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으로 고쳐야겠지요.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데 오해의 소지를 남겨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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